2013. 8. 20. 17:32ㆍ정치사회/한국진보연대
‘국민과 함께 하는국정조사’로 새누리 방해 돌파해야 -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시작되었다. 45일간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특위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이 진선미, 김현 의원에 대한 ‘특위위원 제척’ 논란을 벌이는 것을 보면, 향후 국정조사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발목잡기가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을 물가까지 데려가기는 쉬워도, 물을 먹이기는 어렵다”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야당인 민주당의 전투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국정조사 결과를 ‘안 봐도 비디오’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야당의원이 재적의원의 47% 수준이나 되는 이번 19대국회에서 야당들이 ‘권력에 의한 방송장악’ 문제 등 중요 현안에서 뭔가 제대로 만들어 낸 실적이 없다는 점에서, 특단의 상황 전개가 없는 한 제대로 된 국정조사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 26일 국회 사랑재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민중의소리
새누리당 발목잡기, 민주당 전투력 빈곤...‘반쪽 국정조사’ 되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정원 국정조사 범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선거개입 지시 및 국정원 직원의 댓글 의혹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직권남용 의혹 및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키워드 확대 등 수사 관련 의혹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대선·정치 개입 관련 의혹과 비밀 누설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 ▲기타 사항 등으로 되어 있다. 거기에 반값등록금 운동 등 민간인 사찰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사찰 같은 내용은 아예 빠져버릴 우려가 있고, 또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유출’ 문제나 이와 관련 있는 김무성, 권영세, 정문헌 씨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빠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어서, 잘해 봐야 ‘반쪽 국정조사’에 그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하여 국정조사 무용론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정치공작, 국민을 상대로 한 심리전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국정조사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국민과 함께 하는 국정조사’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위 구성 명단을 볼 때 새누리당 위원들이 진실을 밝히려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아마도 턱도 없는 물타기 시도나 발목잡기 방식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여기다가 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 그리고 조중동의 공조에 의한 지능적 방해공작을 염두에 두고, 또 조직존폐의 상황에까지 내몰린 국정원측의 필사적 방해공작까지 고려한다면, 국회 내에서의 얌전한 국정조사 방식에만 매달려서는 결코 그 진상을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원내투쟁과 촛불집회의 병행, ‘투 트랙’ 전술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 대한 야당, 특히 민주당 지도부의 확고한 전략적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막연히 여론이 중요하다는 식의 말이나 하며 의회주의나 원내투쟁만 강조하며 촛불집회 등 국민과의 소통은 손 놓고 있는 식의 대처방식으로는, 저들의 입체적인 방해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제도언론의 묵살보도, 왜곡보도, 물타기 보도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적극적 대책과 활동이 필요하다. 대안매체와 SNS, 그리고 민중언론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공영방송이 권력과 그 앞잡이들에 의해 장악되어, 왜곡, 편파보도와 묵살보도를 일삼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다각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6일 오후6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진상규명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촛불과 국정조사, ‘투 트랙’으로 돌파해야
국민과 함께 하는 국정조사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 핵심이다. 사회 각계, 각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또한 광역지역 뿐 아니라 기초지역까지 확산되는 서명운동이나 선언운동, 그리고 자발적 광고운동 등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조직해 내는 것이, 이번 국정조사에서 '국기문란'의 진실을 밝혀 낼 수 있을지 여부와 이 투쟁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관건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촛불이 2008년 ‘광우병’ 촛불 때와 다르다며, 그때처럼 불타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또 방송이 저들에게 장악당해 있는 점이 그때와 다르다고 한다. 분명히 그때 양상과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지금 국정원 정치공작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민주주의를 위한 불길은 각 부문과 지역으로, 이글거리며 저변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간 국정조사 합의로 분노의 폭발이 조금 연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지역과 부문으로 양껏 확산된 분노의 불길은 적절한 계기와 결합하면, 폭발하는 촛불의 힘, 국민의 힘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 국민적 힘이 폭발하여 비로소 촛불이 횃불 되고, 횃불이 들불 되면서, 저들의 온갖 거짓과 음모들을 깡그리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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