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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김영완, 檢 조사 후 곧바로 '출국'

'대북 송금 의혹' 김영완, 檢 조사 후 곧바로 '출국'

8년여 만에 극비리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의 핵심인물 김영완씨(58)가 검찰 조사 직후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최근 자진 귀국한 김씨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불러 조사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2003년 현대아산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이 시작되기 직전 미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다가 최근 귀국해 자수하는 내용을 적은 서면을 제출하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8년 만에 귀국한 김씨는 그러나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김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해외로 출국했다"며 "미국으로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검찰이 소환할 경우 언제든 돌아와 조사 받기로 변호인과 함께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은 지난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현대상선이 북한에 4900억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나라당이 특검을 요구하면서 2003년 4월 송두환 특별검사를 필두로 한 특검팀이 꾸려졌고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대북송금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기소됐다.

특검팀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2000년 4월 정몽헌현대아산이사회 회장으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어치를 받아 박 장관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당시 김씨가 출국한 상태여서 사건을 대검 중수부로 넘겼다.

김씨는 2000년 정 회장에게서 "대북사업이 잘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원을 받아 이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권 전 고문은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반면 150억원의 CD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006년 "1억원짜리 CD 150장을 건넸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전 장관이 CD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정 이사회장은 2003년 8월4일 몇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던 중 계동 사옥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