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용판의 ‘수상한 점심’, 누구와 먹었는지 알아내는 방법

2013. 8. 20. 19:10news/민중의소리


[기자수첩] 김용판의 ‘수상한 점심’, 누구와 먹었는지 알아내는 방법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3-08-19 22:06:41l수정 2013-08-20 11: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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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상한 점심'이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규명할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용판·박원동'의 기억, 되살려줄 방법


지난 16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김 전 청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장시간 점심을 먹었는데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적힌 서울경찰청 정보과 직원들이 아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김 전 청장이 그날 저녁 모임과 다음날인 16일 손톱 치료를 받은 사실은 기억하면서도, 이날 점심만은 유독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그렇다면 김 전 청장이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수상한 점심'의 실체는 영원히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김 전 청장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상한 점심'을 함께 한 인사를 찾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먼저 '기지국 수사'가 있다. '기지국 수사'란 특정 시간대 같은 기지국을 사용한 불특정 다수의 통화내역 전체를 확인하는 '저인망 수사 방식'이다. 광범위하게 수사를 하기 때문에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자주 활용해 온 수사 기법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 2011년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돈봉투 살포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오후 5시~5시10분 사이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행사장 주변 기지국을 이용한 659명의 통화기록을 조회한 경험이 있다. 이같은 수사방식을 이용하면 김 전 청장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점심을 함께한 인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음식점 CCTV, 음식점 주변 CCTV를 교차 분석한다면 누가 김 전 청장과 점심을 먹었는지 찾는 것은 더욱 빨라진다.


'국정원-경찰-새누리당' 연계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로 지목 받아온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통화한 인사를 찾는 방법도 간단하다.


박 전 국장은 19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와 "평소에 통화하는 사이"라면서도 대선 무렵 통화여부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했다. 친박 핵심인 서상기 의원과 대선 당시인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에 통화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박 전 국장의 '통화 내역'만 조회를 한다면 그의 '상실된 기억'도 손쉽게 되살릴 수 있다.


검찰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재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던 '청와대의 이명박 죽이기' 주장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2008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보좌진 20여명을 상대로 통화내역을 조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2007년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를 기간으로 정하고 청와대 비서진들의 특정 장소 통화내역을 조사했다. 박 전 국장의 경우도 지난해 15일을 전후로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방법이 없어서 수사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김 전 청장의 점심도, 박 전 국장의 통화도 '몰라서' 수사를 안했다고 치자. 그러나 국정조사를 통해 '박근혜 캠프'와 국정원·경찰 커넥션 의혹의 새로운 정황으로 떠오른만큼 검찰은 지금이라도 당장 수사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현 정권과 관련된 인사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에 관여를 했는지 여부로 점점 좁혀지고 있다. 국정조사에서 박근혜 캠프의 실세였던 권 대사나 김무성 의원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는 데 실패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 수사다. 검찰이 김 전 청장의 점심과 박 전 국장의 통화의 실체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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