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0. 19:00ㆍnews/민중의소리
위키리크스에 드러난 ‘검은 머리 미국인’의 진면목
[기획-다시 민족을 생각한다②] 미국도 당황시킨 새누리당의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운동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
입력 2013-08-13 15:30:01l수정 2013-08-19 22:5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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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2005년 9월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 협의를 시작해 2007년 2월에 2012년 4월 17일 전작권을 한국군이 환수하기로 합의했다.ⓒ뉴시스
"자기들 나라 작전통제도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장성이요'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습니까? 대한민국 군대,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자기들(국방장관, 장성 등 군지휘관들)이 직무유기 한 거 아닙니까? (그래놓고) 작전통제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성명내고...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06년 11월 2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퇴역 장성 등 보수진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뱉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말에서 그의 심정이 절절하게 전해지는 듯 했다. 이날 연설에서 '자주국방'을 강조한 노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거역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자주국가, 독립국가로서 체면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 때때로 배짱이라도 내야 할 거 아니냐"라며 전작권 환수는 기본적으로 자주국가의 체면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작권 환수는 자주국가의 체면 문제"...
자주국방 목표마저도 거부한 보수진영의 '굴종적 한미동맹'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자주국가의 체면 문제라고 언급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추진은 보수진영의 반발에 부딪혔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9월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 협의를 시작해 2007년 2월에 2012년 4월 17일 전작권을 한국군이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보수진영은 '안보공백론'을 들어 전작권 환수에 반대했고, '노무현 정부의 반미가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등의 정치공세를 펴며 반발했다. 전직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전작권 환수 합의에 항의하는 회의 등을 열며 집단행동에 나섰고, 당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무모한 합의를 했다며 전작권 환수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전작권 환수 연기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보수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었고,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층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미뤘다.
자주국방 목표마저도 거부한 보수진영의 뼈 속 깊은 '굴종적 한미동맹' 유전자의 진면목은 이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비밀 외교문서에 잘 드러나 있다. 전작권 환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했던 2006년 9월 6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와 김형오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전작권 문제를 협의했다.
이 면담 내용을 기록한 2006년 9월 8일 자 미국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전작권의 성공적인 전환은 한미동맹을 강하게 유지해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김형오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 시기에 전작권 전환과 같은 중요한 안보 문제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국인 대다수는 노무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논의는 한국 국내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한국 국민을 분열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외교 비밀전문에 드러난 보수의 진면목
한나라당 의원들 전작권 전환 연기 강력 주장에, 미국 국방부 한국담당 과장 "당황스럽다"
김형오 "한국인 대다수 노무현 정부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자, 버시바우 "한국은 전작권 이양받기에 충분"
한나라당은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보수진영에 편승해 전작권 환수 반대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국의 국방력을 도외시한 보수진영의 이런 태도는 미국으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던 듯 하다. 2006년 9월 25일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전문에는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 한국 보수진영에 대한 인식 등이 담겨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전문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안보) 공약은 (전작권을 이양한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라고 언급했다. 또 "한국이 몇 가지 핵심적인 방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전작권이라는 중요한 책임을 이양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군의 능력이) 강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현실"이라고 우리의 국방력을 평가하고 있다.
2010년 2월 10일 작성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전문은 1월 말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쉬퍼 국방부 차관보가 한나라당 황진하, 조윤선 의원 등을 만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강력하게 주장하자, 미국 국방부 장관실의 한국담당 수석과장인 브라이언 아라켈리안은 "한국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의 지지를 설득할 수 있고, 자신의 국방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은 확신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시작 전부터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를 미국측에 제기했다. 대선이 끝나고 불과 닷새 뒤인 2007년 12월 24일 버시바우 대사는 유종하 전 외무장관, 박진 한나라당 의원, 권종락 전 대사 등 MB캠프의 외교분야 핵심 인사들과 회동했다. 2007년 12월 26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이명박 대외정책팀:이명박 대통령은 보다 강한 한미관계 그 자체'라는 제목의 3급 비밀 전문은 이날 대화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없음
버시바우 대사는 이들을 상대로 먼저 전작권 이양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은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이양을 주권회복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지금 한국의 위치 정도면 국방에 대해 1차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박진 의원은 이 당선자도 전작권 관련 결정을 존중하지만 동북아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 환수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외교 비밀전문서 '이명박 대통령은 보다 강한 한미관계 그 자체' 평가했던 버시바우 대사
MB정권과 그 기반인 보수세력 조롱하는 듯한 평가 눈길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1월 8일 주한 미국대사관은 '보다 발전적이고 전략적인 한미동맹을 위한 2020비전'이라는 제목의 외교 비밀전문을 본국에 발송한다.
2020비전은 모두 2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1편의 부제는 '변화에 적응하기', 2편의 부제는 '동맹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개입하기'이다. 2편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한미동맹의 앞에는 과거 회귀, 현 상태 유지, 미래를 위한 변화라는 세 가지 길이 있는데 한국의 보수세력은 시계를 과거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세력들은 군을 장악하고 스스로를 국가의 수호자로 여기고 있으며 앞선 두 정권(김대중, 노무현) 때의 정책들을 되돌리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변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면서 이 '노인네들'의 영향력이 증가하긴 하겠지만 생각보다 커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 이유는 이들의 관점이 보다 독립적인 한미관계를 원하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진보적 운동에 의해 이뤄진 변화들을 완전히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수구세력'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보다 강한 한미관계 그 자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을 본국에 타전했던 버시바우 대사가 이명박 정권과 그 정권의 기반인 보수세력을 조롱하는 듯한 평가를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전작권 이양, 자국 이익 관점에서 활용한 미국은 한국에 글로벌 호크 무기체계 세일즈
MB정부 자주국방 명분도 버리고 실리도 잃어
미국이 전작권 이양 문제도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활용한 것은 주한 미국대사관이 글로벌 호크 세일즈에 나선 것에서도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12월 7일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에 글로벌 호크 판매 지원'이라는 제목의 3급 비밀 전문을 본국에 보낸다.
전문에서 미 대사관은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효과적 억지력에 어떤 틈도 보이지 않고 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반드시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12년까지 고고도무인정찰비행기 시스템인 RQ-4 글로벌 호크 4대와 1기의 완벽한 지상 통제 시스템의 구매에 관심을 보여왔다"라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한국의 글로벌 호크 시스템 획득은 미국의 국익과 향후 한미동맹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우리 대사관은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노무현 정부와 합의한 2012년 전작권 이양 계획을 명분으로 한국군의 독자 감시정찰 능력 획득에 필요한 글로벌 호크 무기 시스템을 판매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기피하고, 글로벌 호크 도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당초 이 사업에 5,002억 원을 책정했는데, 2011년 중순부터 미국측이 제시한 판매가격은 9,42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렇듯 위키리스크가 공개한 미국 비밀 외교 전문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작권 환수 문제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뒀고, 이명박 정부는 자주국방이라는 명분도 버리고 실리도 잃었다는 것이다.
작전통제권은
작전통제권은 군사작전 수립과 전쟁 수행, 군사 배치, 보복 타격 등 일체의 군사행동에 관한 명령을 내릴 권한을 의미한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관되었다가 1994년 12월 1일 평시 작전통제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은 아직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2월에 2012년 4월 17일 전작권을 환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인 2010년 6월, 2015년 12월에 환수하기로 연기한 바 있다. 전작권 환수를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공약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미국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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