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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집 중 한집 '하우스푸어'..'렌트푸어'도 가세


열집 중 한집 '하우스푸어'..'렌트푸어'도 가세

 '신빈곤층'이란 용어가 처음 한국사회에 쓰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2000년부터였다. 몰락한 중산층이 새로운 빈곤층으로 등장했다. 2008년 이후 신빈곤층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 내집을 갖고 있지만 삶은 팍팍해진 '하우스푸어', 한평생 일하고도 가난하기만 '실버푸어', 출산으로 더욱 힘들어진 '베이비푸어', 수많은 스펙을 쌓고도 취업이 안돼 고시원을 전전하는 젊은 '스펙푸어' 등 신빈곤층은 자꾸만 늘고 있다. 2011년 말 신빈곤층의 현실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직장인 양 모씨(35)는 지난 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전세 보증금 1억원에 부부가 5년 간 부은 적금 5000만원을 탈탈 털고, 나머지 1억5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85㎡(25.7평)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자가 소유주'가 된 기쁨은 잠시였다.

집 사기 전까지는 제법 저축도 하고 살았지만 이제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아파트 입주 다음 달부터 꼬박꼬박 갚아야 할 이자만 75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한 달 수입 300만원에서 식비 등 생활비 100만원, 보험료 30만원,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 30만원, 차량 유지비 30만원, 경조사비 등으로 10만원 가량을 쓴다. 여기에 대출 이자 75만원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은 25만원 뿐.

갑자기 병원이라도 가게 되면 월급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앞으로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상환해야 해 생활비를 줄여도 적자를 면하긴 힘든 실정이다. 양씨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마이너스 통장 계좌 개설로 이어지진 않을까 밤잠을 설치고 있는 형편이다.

◇ 국내 '하우스푸어' 100만 가구 넘어..집 가진 가구 열중 하나

양씨처럼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하우스푸어 가구는 지난해 이미 10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우리나라의 하우스푸어 가구는 108만4000가구에 달했다.

이는 주택 보유 가구 1070만5000가구의 10.1%로, 10곳 중 1곳은 집 가진 가난한 사람들 이었다.

이마저도 '보유주택 1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이 최소 10% 이상'이 되는 가구를 기준으로 한 좁은 의미의 하우스푸어다.

보다 넓은 의미인 '집을 가지고 있지만 거주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는 가구'를 모두 포함하면 하우스푸어는 무려 156만9000가구(14.65%), 549만1000명에 달한다.

◇ 전세 품귀로 '렌트푸어' 급증

'하우스푸어'와 함께 월세 때문에 허리가 휘는 '렌트푸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렌트푸어란 주택 임대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소득의 상당액을 지출하는 사람들로, 월세나 반(半)전세 세입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 모씨(48)가 '렌트푸어'로 전락한 대표적 예다.

이 씨는 올 초 '반전세 렌트푸어'가 됐다. 집주인이 2억5000만원인 전세금을 8000만원이나 올려 달라고 해 전세금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로 80만원을 내기로 한 것.

이씨는 "이미 전세 대출을 받아 더 이상 대출받기도 어려운데 8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갑자기 어디서 구하겠냐"며 "애들 학교나 학원 때문에 섣불리 이사도 못 가지만 주변에도 다 전세 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반월세로 돌렸다"고 하소연했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아파트 전체 임대계약 가운데 22%를 차지했던 '반 전세'는 올해 7월 26%로 6개월 만에 4%포인트 늘었다.

집 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 사기를 늦추고,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 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강해져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원리금 상환 증가율, 소득 증가율보다 3배 높아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가파른 원리금 상환 증가율도 하우스 푸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가구 평균 소득은 401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6.3% 늘었다.

하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2010년 489만원에서 2011년 600만원으로 22.7% 급증했다.

원리금 상환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특히 가계 대출이 늘고 대출금리도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797조4000억원이던 가계대출은 올해 9월 말 840조9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말 연 5.35%였던 은행 대출금리는 올해 9월 말 5.86%까지 상승했다.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등을 통한 대출액과 이자 등을 모두 합치면 올해 가계대출 이자부담액은 5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국민총소득(1173조원)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로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들은 그만큼 가계운영이 더 팍팍해진 것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지금이라도 집값 거품을 빼고 하우스푸어들이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며 "렌트푸어 문제도 결국 전세 값 상승 때문인데 정부가 전세자금을 빌려 주는 대책을 써서 계속 높은 수준의 전세가가 형성되도록 할 게 아니라 여력이 없으면 수도권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세 값 상승은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만큼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 값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