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0. 13:00ㆍnews/사회
“정전협정 4조에 모든 중요한 내용이 다 들어있다. 3개월 안에 각기 대표를 파견해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외국군 철수와 코리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협의하라고 돼있다. 나는 코리아의 통일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것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실현될 것 같다.”
프랑스 법률가인 홀렁 베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는 국제법상으로만 보면 이미 정전협정에 따라 1953년 코리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화협정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 이전에 ‘정전협정 4조를 지키라’는 요구만으로 코리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홀렁 베이 부대표는 국제법상 주한미군의 주둔은 불법이라고 강조한다.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은 올해 여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정전체제를 딛고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홀렁 베이 부대표도 이 같은 발걸음의 하나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 4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는 평화대행진 등 반전평화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4~8일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5일 저녁 ‘민중의소리’ 주최로 홀렁 베이 수석부대표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의 대담이 진행됐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과 홀렁 베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홀렁 베이(Roland Weyl.94) 수석부대표는 프랑스파리변호사협회 원로로 유엔 산하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세계 90개국 법률가단체와 법률가들이 활동하는 국제 평화.인권단체다.
오종렬(76) 의장은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소속단체인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진보연대는 진보진영의 연대단체로 전민련, 전국연합,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로 이어져온 연대연합운동을 계승해 2008년 출범한 단체다.
아래는 홀렁 베이 수석부대표와 오종렬 의장 간 대담 전문이다.
오종렬= 멀리서 오신 홀렁 베이 선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지구 절반 정도를 날아왔을 텐데 그럼에도 왕성하고 정열적인 모습이 존경스럽다. 정전협정 60주년을 기해서 중차대한 시기에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 평화, 이를 둘러싼 세계 평화를 위한 큰 걸음을 하신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에서 정전이라는 미봉책으로 총성이 멎은 지 60년이 됐다. 선생도 알다시피 정전협정에는 ‘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해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협의’하라고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 동안 총성만 멎은 상태인 정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거의 해마다 미국이 주력군으로 돼있는 군사연습이 한반도에서 진행돼왔다. 정전체제 하에서 군사연습은 한순간에 열전으로 돌변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의 평화 애호가, 인권운동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신봉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고 영원한 평화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행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연로하신 홀렁 베이 선생이 이렇게 큰 걸음을 해주셔 감사할 따름이다.
국내 여러 평화.통일 애호가들은 3일부터 제주도에서 출발해 전국을 순회, 행진하고 있다. 왜 제주에서 시작한고 하니, 제주는 만인이 말하는 ‘평화의 섬’인데도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대규모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제주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단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동쪽을 종단해서, 다른 한 팀은 서쪽을 종단해서 남에서 북으로 올라온 뒤 24일 서울에 집결해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가진 후 피날레로 용산미군기지에서 반전평화대회를 연다.
홀렁 베이= 만나서 영광스럽다. 코리아에서 평화통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용감성에 대해, 또 그 투쟁이 얼마나 어려웠는지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세계 누구든지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평화운동단체인 ‘평화’의 중앙위원이며,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1946년 만들어졌다. 1945년 유엔 헌장이 발표됐고 1년 후 유엔이 만들어졌다. 유엔 헌장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하나는 유엔이고 또 하나가 민주법률가협회다. 저는 법률가로 활동하기 때문에 코리아의 역사에 대해 여러분보다 잘 모르고, 법률가로서 외국인으로서 생각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격식 없이 나눴으면 좋겠다.
정전협정을 말하려면 한국전쟁에 대해 말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 보면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진정한 ‘코리아 전쟁’이 있었나 싶다. 미국과 북코리아의 전쟁이었는데,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미군이 안 좋은 의미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서상, 법률적으로 미군은 유엔의 모자를 쓰고 들어왔다. 연합군이었다. 그래서 법률적으로는 북과 미국의 전쟁이 아닌 것처럼, 마치 전쟁은 없는데 유엔이 ‘경찰’ 역할을 하며 북의 공격에 개입한 것처럼 국제사회가 인식할 여지를 만들어 놨다. 이게 사실과 부합하는지는 여러분이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유엔의 개입은 안보리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전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해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더군다나 정전협정을 한 당사자를 보면 북과 미국이 아니라 북과 중국, 유엔 총사령관이 서명했다. 우리가 평화협정을 이야기하려면 마치 미국이 아니라 유엔 총사령관을 만들어 앉혀야 하는 상황이니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정전협정이 있는데 원래대로라면 모든 군사적 행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상태다. 국제법적 관점에서 보면 이 협정을 맺은 순간부터 국제법이 발효된다. 더 이상 안보리의 개입 여지가 사라지고, 유엔 헌장을 개입시켜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양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존중하는 평화적 해결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법상으로 남쪽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불법이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다른 곳에 주둔하는 미군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 중국해 근처에 있는 미군도 마찬가지고, 유럽의 경우 NATO를 통해 미군이 전 세계에 군사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반도의 문제, 지역의 문제로만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다뤄져야 할 중요한 평화의 문제다.
홀렁 베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를 분석하는 것은 유엔 헌장이라는 틀이다. 유엔 헌장 2조 4항을 보면 국가 간에 어떠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면 안 된다고 돼있다. 이에 따라 미군이 주둔하면 안 된다. 오키나와 미군이나 아부다비의 프랑스군도 불법이고 NATO도 불법기구다. 또한 정전협정은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인 총사령관이 한 것이고, 따라서 미군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유엔군이 남한에 주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950년 들어왔던 미군과 지금도 주둔하는 미군의 법률적인 성격은 다르게 분석된다.
유엔 헌장 27조 3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개입을 하려면 5개 상임이사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1950년 당시 소련은 한국전쟁 참전에 별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소련은 어떤 결정이 나든 동의한다’는 입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만장일치의 원칙을 꺾고 기권의 의미를 말살시켰다. 1953년의 경우 소련이 3년 전의 일에서 교훈을 얻어 개입을 했다. 저는 소련의 개입이 있었기에 정전협정이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정전협정 4조의 내용이다. 모든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 3개월 안에 각기 대표를 파견해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외국군 철수와 코리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협의하라고 돼있다. 정전협정의 목적은 코리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는 이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더군다나 코리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코리아 문제가 무엇인가, 딱 하나 분단이다. 분단된 지 8년 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당시 3개월 안에 정치회담으로 분단을 해결했어야 한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이미 1953년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정전협정에 이를 코리아인들끼리 풀어야 한다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없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다. 4조를 보면 당사자 간의 사령관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북, 남, 중국, 유엔을 이야기한다. 그 사령관들은 각자가 해당하는 당국에 요청할 권한을 가진다고 돼있다. 그런데 저는 당사자를 남북이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코리아의 통일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것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실현될 것 같다. 법률적으로 분석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정전협정 4조만 실현하자’는 구호 하나로, ‘당신들이 서명한 이것을 해결하라’는 이야기로 해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오종렬= 문제는 당시 3개월 안에 정치회담을 하라고 돼있지만 회담을 하는 척만 하고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7월 27일 서명한 바로 다음 달에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는 것이다.(1953년 8월 8일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 10월 1일 정식 조인, 1954년 11월 18일 발효) 말하자면 군사동맹을 한 것인데, 이는 쌍무적인 상호 의견일치로 주한미군을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별도의 장치를 미국과 이승만이 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미군을 제외한 당시 유엔군은 다 제 나라로 철수하고 없지만 미군은 남아있다. 미군이 유엔 노릇, 미군 노릇 하면서 한반도의 모든 영토, 영공, 영해 어느 곳이든 필요하다면 배치하도록 그렇게 만들어 놨다.
홀렁 베이= 전부 동의한다. 미군 주둔과 코리아의 분단이 결코 뗄 수 없는 문제이지만, 해결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코리아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이나 일본 등과 연결하면 더 빨리 미군을 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코리아의 분단이다. 이것도 국제법을 지키면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만약 200~300년 분단됐다거나 민족 분쟁이 몇 천 년 이어졌다고 하면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1945년 시작된 분단이 민족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법률적으로 1945년 시작된 분단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코리아인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된다. 바로 정전협정이 근거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훨씬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개의 국가를 유지하면서 대표를 모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하나로 구성할 수도 있고, 이는 코리아 민족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코리아의 문제는 딱 하나 분단이고, 해결책은 통일이며, 평화적인 방법은 협상이고, 이 모든 게 정전협정에 담겨있다. 평화협정이라는 복잡한 것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해결됐어야 한다. 그런데 60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 것은 법이 없었던 상태인 것이다. 정전협정 4조를 읽으면서 가슴에 꽉 차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이것이다.
오종렬= 선생께서 코리아 문제는 코리아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남과 북 최고 수뇌가 손을 맞잡고 우리민족끼리, 남의 간섭이나 지배를 벗어나 통일하자는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도 역시 평화적이고 자주적으로 하나의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그 일 때문에 한국에 있는 특별한 법, 국가보안법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지금 현재에도 감옥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다.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원코리아’를 추진한 죄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홀렁 베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코리아의 분단에 이익이 걸려 있다. 한반도를 분단시키고 남쪽에 미군을 주둔시캄으로써 거대한 중국을 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기지를 확보하고, 정전체제 하에서 60년 동안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쟁연습을 해서 그 분위기를 타고 미국의 군사무기를 한국에 계속 팔아먹을 수 있었다. 만약 코리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이 되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시장이 사라지기 때문에 힘들게 된다.
또 하나는 월가에 있는 초국적 금융자본이다. 이들이 한국 거대 자본의 주식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땀과 눈물로 만든 제화의 절반은 미국 초국적 자본이 합법적으로 가져간다. 통일을 해서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으로 자립경제를 만들면 그네들이 먹을거리가 사라지게 된다. 미국의 자본과 권력에게 그야말로 한반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미국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절대 잃지 않기 위해 분단체제를 고착시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민족의 자주역량이다. 남과 북 민중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 노동자 농민의 민생문제도, 복지문제도 결국 나라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제자리를 돌 수밖에 없다.
홀렁 베이= 동의한다. 아까도 말한 것처럼 전 세계를 지배하는 세력은 분단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다. 왜냐하면 좀 더 잘 관리하기 위해서다. 무기시장이나 경제적 문제도 결부돼 있다고 본다. 다시 정전협정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이것을 종잇장이라고 이야기한다. 법은 종잇장이기 때문에 이것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투쟁을 해야 한다. 이 투쟁은 유엔 헌장에 기록된 민중의 기본권이다. 이 권리는 코리아에서도 침해됐지만 다른 형태로도 침해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나 모로코의 서사하라 일부 지배의 경우에도 그 뒤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있다. 엄청난 석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찾은 하나의 해결책은 바로 유엔 헌장을 구현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국제법이니 이 속에서 하나로 뭉칠 수 있다. 민중은 연대할 때 그 힘이 살아난다. 각국의 실정은 다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코리아에 힘이 있으려면 코리아는 팔레스타인 민중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는 모든 다른 민중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유엔 안에 민중들이 국가라는 대표를 모은 것인데, 일부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옆 사람의 책임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 할지 만드는 것도 민중들의 힘이다.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저는 유엔이라는 것은 민중들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점점 더 강대국이 유엔에 들어와 민중들의 주권을 앗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차 걸프전이다. 당시 이집트가 1차 걸프전에 동의했더니 이집트의 부채를 없애줬다. 유엔이 보답한 것이다. 예멘은 반대했다. 그러면 바로 경제적 처벌을 했다. 경제적 제재가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주고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것이 힘의 관계이고 지배세력과 민중들 간의 싸움이고 그 투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84년 아테네에서 법률가협회가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식민지를 극복한 나라들이 식민지 시절 갖고 있던 부채가 불법이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거기서 불법적인 부채를 그냥 없애버리자고 했다. 유럽연합에서 보면 프랑스도 사상 최대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모든 걸 민영화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한다. 미국은 의료법을 개정했다. 이 또한 국가가 은행에 진 부채를 갚기 위해서다. 아프리카를 보면 서양에서 종교분쟁이다 갈등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를 둔 조정에 의해 분쟁이 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독재라고 이야기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많은 독재자들이 초국적 자본에 의해 선택되고 버려졌다. 초국적 자본이 원한 것은 쉽게 착취하기 위해 앉힌 것인데 아니게 되면 부패라는 명분으로 바꿨던 것이다. G20, G8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179개 가운데 8개만 합친 회의, 179개 가운데 20개만 합친 회의라고 부른다. 다른 국가들의 동의나 참여 없이 국제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저는 이 문제의 근원을 유엔 헌장에서 찾는다. 유엔 헌장을 통해 민중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주면서 경제권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유엔 헌장 밖에서 브레튼우즈 체제가 생기고 국제 금융조직이 만들어지고 보편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기구들이 만들어졌다. IMF, WTO 등 많은 국제기구들이 민중들을 착취하고 있다. 전 세계 차원에서 유엔 헌장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홀렁 베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오종렬= 문제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하더라도 유엔 헌장도 강도의 손에서 강도의 도구가 돼 있을 때는 제3세계 민중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재 유엔을 지배하는 건 미국과 이를 추종하는 강대국 세력들인데, 어떻게 이들이 미국이 분단시켜 놓은 한반도에 정의를 실현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에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다. 아까 말한 대로 우리 민중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한반도에서 무기를 거둬라, 전쟁을 거둬라, 한반도 민중은 남과 북 가리지 않고 하나가 돼서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방향으로 지금도 행진하고 있다.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미국이 얼마나 범죄적이었는지다. 정전협정을 맺은 다음 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추진했고 두 달 만에 주한미군을 주둔하려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4년 만에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가 도입됐다. 아이젠하워 시절인 1957년 어네스트 존 배치가 결정됐다. 그것이 왜 필요했던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미군의 클라크 대장이 서명하고 돌아가서 제 나라 의회에 보고를 했다. 요점이 첫째는 미국 사령관으로서 해외 원정을 갔다가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사령관이라는 고백이었다. 두 번째는 그 대신 38선 이북은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석기 시대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셋째는 앞으로 100년 이내에는 북쪽에 다시 문명이 들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보고였다. 그러니까 클라크 대장의 말대로 북은 완전히 석기시대 수준으로 파괴된 것인데, 그러한 북쪽 땅을 상대로 4년 만에 전술 핵무기를 도입한 이유가 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군부 권력과 군수산업, 초국적 금융자본의 음모가 얼마나 강력하게 한반도 분단에 개입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 참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겠다. 프랑스는 자유프랑스군이 2차 대전에서 승전국으로 드골장군이 개선문을 통과했을 때, 나치 히틀러를 위해 종사한 수만 명의 매국노를 청산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우리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고, 그네들이 이 나라의 새로운 기득권으로 등장하게 됐다. 그것은 맥아더 사령부의 작품이었다. 맥아더 사령부는 38선 이남을 군정 통치 하면서 분단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으로 친일파를 고위직에 세우고, 일본 침략자들이 남긴 재산은 친일파에, 군정에 협조하는 사람에게 배분해서 새로운 자본주의 부자를 만들어 줬다.
그래서 결국 미국의 탐욕과 그에 야합하는 이 땅의 사람들이 이렇게 민중의 힘과 여망을 가로막고 있는 비극이 생겨났다.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 ‘우리가 자주민족이 돼야 한다,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 외세가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손잡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사람들은 빨갱이, 북을 추종하는 무리로 몰아서 사법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이러한 캄캄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분단 장벽을 거둬내고 전쟁을 거둬내고 평화통일의 터전에서 민중이 노래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선생에게 말하고 싶다.
홀렁 베이= 오해가 있을까봐 말하자면 저는 유엔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엔은 자기 역할을 잃었다. 저는 유엔에게 ‘너희 대표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지켜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6.15공동선언 등에 대해 저도 알고 있는데, 이것이 만약 없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국제법에 의해 코리아에 민중적 권리가 있고 그 차원에서 해결했어야 했다, 더군다나 정전협정 체결을 유엔 사령관이 했기 때문에 더욱 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유엔 헌장에 있어 민중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두 개의 예를 들어보자. 첫째로 50년 미국이 공식적으로 코리아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다. 그 때 스톡홀름에서 국제평화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핵무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스톡홀름 성명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국제 여론에 밀려 하지 못했다.
두 번째 예는 이라크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반전운동이 일었고, 각 나라 민중은 자신의 정부에 요구했다. 그런 조건에서 상임이사국은 자기 국가 민중의 눈치를 보며 행동했다. 당연히 법률적으로도 이라크 전쟁은 범죄이며 있어서는 안 됐다. 당시에 유엔 사무총장도 인정했다. 내가 보기엔 민중들이 힘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단 민중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각국 실정을 파악하고 스스로 가진 권리를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서 어겨진 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어겨질 수 있다
민중의소리= 이 정도에서 오늘 대담을 마치고자 한다.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홀렁 베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수석부대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오종렬= 대화를 하면서 국경을 넘어서 대륙과 대양을 넘어서 우리는 동지구나, 이렇게 한순간에 동지가 될 수 있구나, 만나지 못했던 동지가 이 자리에서 만났구나,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민중의 힘, 민중의 정의는 반드시 만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분단의 장벽에 부딪혀나가겠다. 분단을 거둬내는 것이 바로 평화 실현이고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행복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동지니까 아름다운 손 굳세게 잡고 함께 전진하자.
홀렁 베이= 우리가 함께 투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받았다. 우리는 해야겠다는 말은 하지만 실제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이 실제로 하는 투쟁은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파리에 있는 좋은 동지들과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나누겠다.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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