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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사회

중국은 왜 기자들의 질문과 국빈만찬 공개를 금지했을까? -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한중 간 합의사항은 ‘북 핵 불용’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최고의 의전? 출발은 그랬다. 

의전은, 정상 간 합의사항을 더욱 더 잘 실천할 수 있도록 회담 상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극히 자국 이기적인 정치행위다. 그럼에도 의전은 정상회담의 꽃으로서 뿌리와 열매를 가리며 단연 주목을 받는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도 그랬다. 

떠나기 전부터 중국 측이 ‘최상급의 의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언론은 당도한 이후에는 그 ‘최상급 의전’으로 아예 도배를 하고 있다. 중국 국빈관 조어대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다는 18호 각을 숙소로 내준 것, 인민대회당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금색대청을 국빈만찬 장소로 내준 것, 국빈만찬에서 박대통령과 그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준 것,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권력서열 1-3위가 모두 회담 시간을 내준 것, 심지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각 3개씩이나(!) 세워준 것 등 거의 모든 사건과 사물이 다 그 ‘최상급 의전’의 증거로 채택, 전파된다. 과연 그러한가? 

출발은 참으로 그러했다. 도착 당일의 공식 환영행사 장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은 해가 뜨는 동쪽을 길한 방향으로 여겨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 시 인민대회당 동쪽 광장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열어 국빈을 맞이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행사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시진핑 국가 주석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환영식은 양국 국가 연주, 21발의 예포 발사, 의장대 사열 및 분열 순으로 진행됐다. 두 정상은 환영식을 끝내고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 오후 3시45분부터 단독회담을 했다”.(한국경제 6월 28일 인용) 

G2국가의 정상, 훤칠하고 준수한 그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총칼 번쩍이는 중국 군대를 사열 및 분열하고, 이어서 중국의 민속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와 더불어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화사하고 우아하며, 한편 존귀하고 존엄한 모양은 여과 없이 영상을 타고 우리 안방에 전해졌다. “와. 과연 최상의 대접을 받긴 받네. 박근혜 대통령에게 뭔가 센 게 있긴 있나보네.” 그러나 아직은 약과, 겨우 2루타 정도였다. 정상회담 후 가지는 양국정상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금색대청에서의 국빈만찬 등 저절로 3루타를 날리고, 홈런마저 칠 수 있는 기회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과 짝을 이뤄 능숙한 솜씨로 기자들을 응대하고, 마침내 금색대청 국빈만찬장에서 황제의 색깔 황금빛 한복을 입고 시진핑 주석과 건배를 하면, 그 빛나는 장면이 또 여과 없이 전파를 타면, 소란스러운 초등학교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서는 것처럼, 국정원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무단 공개 등으로 ‘시끄러운’ 정국에 와락,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터였다. 

중국의 돌변 부른, 박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그러나 어디선가 문제가 생겼다. “중국은 국빈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애창곡을 합창하는 등 최고로 박 대통령을 예우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장면을 우리 국민은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 측이 만찬장 모습을 일절 외부에 내보내지 않도록 요구해서입니다. 청와대측은 노란 한복차림의 화사한 박 대통령의 모습을 공개했다가 ‘중국이 반대한다’며 곧바로 회수한 뒤 오프더 레코드, 보도금지를 요청했습니다.”(TV조선 6월 29일 인용) 

여과지를 들이대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을 얼마쯤 걸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국빈만찬의 모든 장면을 밀봉, 보도 금지했다. 청와대가 국빈만찬 장면을 공개했다가 급히 회수한 것으로 볼 때 중국의 그 결정은 ‘급히’ 내려진 것이다. 박 대통령을 환대하고, 그 장면을 한국 국민에게 광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려던 중국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까? 

사단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비롯되었다.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첫째 시진핑 주석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중국의 기본입장, 즉 ‘한반도 비핵화’와 완전히 배치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5월 24일 최룡해 북 특사와의 회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과 대화를 강화하자.”(6월 7-8일 미중정상회담) 등 시진핑 주석은 공개 석상에서 단 한 번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언제나 ‘한반도 비핵화’만을 언급했다. 

둘째 한중정상회담에서 논의,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과도 완벽하게 다르다. “한국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을을 분명히 하였다...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 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한중미래비전 공동성명. 중앙일보 6월 28일 인용) 그렇다. “북핵 불용”은 우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한중이 합의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핵심 의제인 북핵 문제에서는 뭔가 허전하다.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주체는 ‘한국’이다.”(동아일보 7월 1일 인용) 

따라서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명의 도용’에 해당하며, 한중정상회담 합의사항의 먹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것을 박박 찢어버린 것과 같다. 우리의 박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뺨을 냅다 후려진 것이다. 자기를 가격하는 상대 정상에게 힘을 실어주는 바보 외교는 세상에 없다. 중국은 즉각, 격렬하게 반응했다. 먼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 당연히 포함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틀어막았다. “공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돌출질문이 나와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나가는 걸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입니다.”(TV조선 6월 29일 인용) 즉, 박 대통령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나아가 국빈만찬장, 황금빛으로 화려한 그의 모습까지 틀어막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그는 코앞까지 다가온 그 황금 기회를 뻥, 발로 차 버렸을까? 마음을 열어볼 수는 없다. 그러나 추론해 볼 수는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같은 개념으로 알았을 가능성이다. 

“우리 정부는 당연히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한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한반도에서 핵개발을 하는 것은 북한 밖에 없고 남한에서의 핵무기는 이미 모두 철수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입장이 같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한 것은 남측의 핵개발 가능성과 미국의 동북아 핵배치 등을 견제하려는 보다 큰 틀의 전략적 관점에서 북핵문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일보 6월 28일 인용) 

또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담겨 있다. 각종 핵전력을 동원해 한반도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중앙일보 7월 1일 인용) 우리 언론도 아는 이 ‘상식’을 청와대가 정녕 몰랐을까? 

둘째 중국이 박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살짝 ‘사전 양해’ 했을 가능성이다. “청와대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을 설득하지 못한 조바심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해석과, 중국이 한국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대신 이런 정도의 발언을 양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함께 나왔다. 그러나 리커창 총리의 발언(“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입장은 일관, 명확, 확고하다.” 정상회담 다음날 박 대통령과의 회담)은 중국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사전에 양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한겨레신문 6월 29일 인용) 

셋째 미중정상회담의 사례를 따라 했을 가능성이다. “회담 결과는 미 백악관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의 배경설명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톰 도닐런 보좌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두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면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기자들에게 미중 정상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YTN 6월 9일 인용) 

당시 톰 도닐런 보좌관의 발언을 중국이 시비하지 않았으니, 톰 도닐런의 “(미중 정상이)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는 말과 양제츠의 “(양 정상이)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는 말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 “중국도 ‘북핵 불용’으로 입장 변경” 따위 대문짝만한 1면 톱기사를 뽑아 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이러한 뉴스가 필요했으며, 그래서 그는 미국을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 통했다. 왜? 

첫째 얼핏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톰 도닐런의 언급과 박 대통령의 발언은 완전히 다르다. 톰 도닐런은 “두 정상이 상당한(완전한이 아니다!)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다.”고 하여, 양국 간 이견을 시인했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하여,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을 밝혔으며, 그 후에야 비로소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그는 분명하게 공식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어법은 전혀 달랐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따로 떼어내서, 오직 ‘북한 비핵화’만 주장했다. 

둘째 미중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 합의사항에 한반도 문제를 넣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공동성명에 양측의 합의사항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못 박았다. 톰 도닐런은 중국의 명의를 도용하지도, 중국과의 합의사항을 위반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저질렀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한반도 비핵화 

“미 행정부 관리는 ‘한중 정상회담 공동 발표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미 국무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동아일보 7월 1일 인용) 미국은 우리 박 대통령의 개인적 발언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중 공동성명 합의사항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단다. 최근 미국의 반응 중 주목되는 또 하나가 있다. 

“제임스 줌월트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27일 ‘북한이 최근 태도를 바꿔 6자회담 당사국에 손을 뻗고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심 현안을 놓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고한 조치가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로 핵 프로그램에 대한 IAEA의 사찰 복원을 예로 들며 ‘이런 조치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6월 29일 인용) 미국의 한반도 실무 책임자가, 북미 협상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이며 IAEA사찰단 수용 등 조건이 맞으면 북미 간 본격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한다. 

북은 지난 6월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 회담’을 공개 제안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며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천명,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동시에 북은 그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바꾸는 조건도 제시했다.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이다.”(한겨레신문 6월 17일 인용) 

한반도 비핵화, 그 가능성이 열렸고 북과 미국이 본격 협상 직전 상황에서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여러 정황들이 알려주는 바이다. 북과 중국, 러시아는 물론,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도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그 실현을 위한 본격 대화를 저울질하는 마당에, 우리 박 대통령만 “북한만의 비핵화!”를 고창한다. ‘북 핵 불용’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로 가면 남쪽의 핵까지 잃어버릴까봐 아예 북핵 불용 논의마저 거부하는 것으로 규정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 국제 미아가 될 위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