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폭피해자들, 왜 한국 정부에 손배 소송 냈나

2013. 8. 20. 18:35news/민중의소리


한국인 원폭피해자들, 왜 한국 정부에 손배 소송 냈나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

 입력 2013-08-19 10:58:43l수정 2013-08-20 10: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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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주요 회원 79명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소송은 2011년 8월 30일 한국 헌법재판소가 원폭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소멸되었는가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의 해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른 절차를 통해 그 해석상의 분쟁을 해결하고 있지 않는 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음에도 그 후 2년이 되도록 한국 정부가 위헌 상황을 타개하고 있지 않는 책임을 묻는 것이다.


‘3중고’ 한국 원폭피해자들, 일본이 지급하는 매달 40만원 수당뿐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의 피폭자에 비하여 보면, 강제동원과 피폭에 이어 방치되어 왔다는 점에서 3중의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한국인 피폭자들은 원폭을 투하한 미국 정부, 침략전쟁을 야기한 일본 정부, 한일청구권협정을 어설프게 체결한 한국 정부, 어느 쪽으로부터 배상은커녕 사과의 말을 듣지도 못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그동안 일본에서 일본의 히바큐사(피폭자의 일본식 호칭)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 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한국 정부의 도움도 없이 홀로 투쟁을 하여 왔고, 그 결과 매월 40여만원 상당의 수당을 받기에 이르렀다.


8월 12일 원폭 피해자 보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소송 대리인 최봉태 변호사가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8월 12일 원폭 피해자 보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소송 대리인 최봉태 변호사가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의료비 상한제를 비롯한 차별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원폭 2세들조차 대를 이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어떻게 정의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우리 인류는 핵무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핵무기로 인해 억울한 민간인 피해자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고,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에게도 공통된다. 핵무기와 인류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자들의 비극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피폭자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 역사적 사명을 띤 존재들이다. 도대체 한국인들이 피폭을 당하여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늘은 하늘의 큰일을 맡기기 전에 극심한 고통을 주어 큰일을 감당하게 하신다고 한다. 


핵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원폭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돌려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 원폭피해자에게 정의를 돌려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피폭자들은 일본 정부의 침략전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위헌 상황 방치하며 원폭 피해자들 ‘나몰라라’


그럼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해 어느 순서로 책임을 져야 하는가? 


8월 12일 원폭 피해자 보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박영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8월 12일 원폭 피해자 보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박영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필자는 한국 정부부터 책임을 지는 것이 순서라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자국인 피폭자에 대한 책임을 솔선수범할 때, 침략전쟁을 자행한 일본 정부에 대해 책임을 요구할 도덕적 힘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원폭을 민간인에게 투하한 미국정부의 책임까지 추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원폭피해자들이 기본권이 침해된 위헌 상황을 타개할 헌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우선 일본 정부에 대해 단호히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중재절차에 돌입하여 해석상의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여야 한다.


아울러 일본 정부에 대해 원폭 피해의 범위가 유전이 되는지 역학조사를 같이 하자고 제의하여 피폭의 무서움과 비인도성에 대한 진상조사부터 철저히 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미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피해자들이 살아 있을 동안에 진실만이라도 밝혀 놓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원자폭탄과 같은 무기를 인간에서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인류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부언컨대 우리가 전범들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다시는 전쟁범죄가 있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원폭피해자들의 소송을 시작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문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이들의 외로운 투쟁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힘임을 지적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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