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 나홀로 싸운 권은희, ‘수사외압’ 폭로 소신 지켜
최지현 기자 cjh@vop.co.kr |
입력 2013-08-20 00:49:43l수정 2013-08-20 01:2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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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경찰 수사에 부당한 외압이 작용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그는 경찰 수사 축소·은폐 의혹의 중심에 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직원들의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이날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경찰로 구성된 증인 26명 가운데 권 전 과장만 검찰 수사 결과와 상응하는 답변을 내놓는 일대 다수의 싸움이었다. 그러면서도 권 과장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권은희 과장, '윗선' 외압 폭로..."김용판은 거짓말 했다"
권 전 과장은 이날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선을 앞둔 지난 해 12월 16일 당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당시 중간수사 발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윗선'에서 받아주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 해 12월 16일 오후에 이뤄진 세 차례 회의를 통해서 '서울경찰청에서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나오면 보도자료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저희 수서경찰서 수사팀으로서는 증거 자료에 대한 검토와 판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서울경찰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전 과장은 "(국정원의 댓글이 없었다는)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서울경찰청의 주도 하에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는 16일 몇 차례 회의를 통해 서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면서 "하지만 실제 (댓글이 없다는 발표로) 이뤄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더 나아가 권 전 과장은 김 전 청장이 직접 그에게 전화해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도 다시 폭로했다. 권 전 과장은 "지난 해 12월 12일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내사사건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맞지 않다. 경찰이 신청했는데 기각하면 어떡하냐'고 했다"면서 '격려성 전화였다'는 김 전 청장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 전 청장이 "권은희 과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맞지만 격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당당하게 수사하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은 '위증'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권 전 과장은 또 '윗선'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에 대한 외압에 또다른 배후가 있을 가능성이 담긴 정황도 제기했다. 그는 "(작년 12월) 12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이광석 수서경찰서장도 강한 의지를 갖고 지시했다"며 "그런데 서울경찰청에서는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었고, 이 서장이 영장 신청을 계속 설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저에게 전화를 했고, 그 전화를 받는 현장에는 이 서장에도 올라와있었는데 '오전에 설득했을 때 무슨 일인지 누구에게 말을 들었는지 입장을 바꿔서 영장 신청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키워드 축소' 둘러싸고 권은희-서울경찰청 설전
국정원 여직원이 임의 제출한 노트북 등에 대해 수서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분석 의뢰를 맡긴 것을 두고도 권 전 과장은 서울경찰청과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며 수사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 내용에 따르면, 당초 수서경찰서는 12월 14일 서울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대선토론', '이정희', '안철수', '종북', '통합진보당' 등 모두 100개의 핵심 단어로 키워드 검색을 통한 분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16일 신속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수서경찰서에 키워드를 '문재인', '박근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 전 과장은 "서울청에서 키워드 줄여달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키워드 축소는 수사의 축소를 의미한다"면서 "(후배에게) '현재 수사과장이 이미 퇴근하고 없다, 결재 받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키워드 줄이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6일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은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기에 (키워드 축소 지시를 하기에는) 전혀 능력이 되지 않는다", "증거물을 반환해라, 하지 마라, 축소해라 그런 지시를 결코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전 과장은 '키워드가 많다고 정확한 것은 아니다. 아이디와 닉네임 등으로 검색해야 국정원 직원이 쓴 다른 글도 확인된다'는 서울경찰청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분석의뢰한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버가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두 대다. 많은 키워드를 넣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권 전 과장은 '축소된' 분석 결과 마저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뒤늦게 건네받게 된 것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서울경찰청 분석 결과 반환을 받았지만 '인케이스' 프로그램이 없어서 볼 수 없었고, 출력물은 반환받지 못했다"며 "(대선이 끝난 뒤) 22일 서울경찰청에서 '인케이스' 프로그램을 깔아줬을 때 내용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건네받은 일부 분석 결과 파일 중에는 '인케이스 프로그램 없이도 볼 수 있는 엑셀 축출본이 있었다'는 김수미 서울경찰청 분석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엑셀 자료를 봤는데, 저희(가 필요한) 수사 자료는 증거 접속 형태 그대로에 정보의 가치가 있다"면서 "그런데 엑셀 자료는 발췌된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는 것은) 증거자료 그 자체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수미 서울경찰청 디지털범죄수사팀 분석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에 대해서도 "감금 아니다" 역설
권 전 과장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도 "감금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당시 김씨의 오피스텔 앞에 "(수서경찰)서장을 비롯해 각 과장들, 방범순찰대원들까지 해서 많은 인원이 출동했다"면서 "김씨가 말한 것처럼 당시 (김씨는) 저하고 계속 통화를 했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금은 유무형적으로 장소 이전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당시 경찰이 '통로를 열어주겠다'고 김씨에게 제안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씨는 "정말 위급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며 '감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 전 과장은 "12월11일 김씨는 경찰의 조치가 필요하면 저에게 요청했고, 저도 '밖의 상황이 뜨겁다', '사람이 흥분돼 있다', '신고내용에 대해 협조해달라'는 것을 계속 요청했다"면서 "김씨는 '가족이 오면 확인하게 해주겠다'고 답변했고, 저도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가 앞서 '(노트북 컴퓨터를) 임의 제출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권 전 과장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권은희, 비난성 공격도 반박...당찬 소신 발언 이어나가
권 전 과장은 그외 새누리당의 각종 비난성 공격에도 주눅들지 않고 되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다.
권 전 과장은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며 지역감정 조장을 부추기는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언짢아하며 "질문 의도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지 않았느냐'는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권 전 과장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의원님이 지금 하고 계신 질문은 헌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십자가밟기'와 같은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왜 다른 경찰과 다르게 혼자만 다른 태도를 보이느냐'는 김 의원의 지적에는 "제가 직접 수사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라며 "(서울경찰청) 증거분석팀은 증거분석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권 전 과장은 '일선 경찰들이 권 전 과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일선 경찰관들은 저를 많이 지지하고 저희 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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